
파리 가정집에서 눈뜨고 눈감고 하니까 진짜 파리에 사는 사람 같아서 뭔가 기분이 오묘했다
에어비앤비 광고에 여행은 살아보는거야 라고 하더니 딱 그말이 제격이네
게다가 이 집은 넘나 내 취향인것...
그래서 일어나기 싫어서 계속 빈둥빈둥거리다가 점심이 다 되서야 외출준비를 마친 날이 잦아졌다.

저번 파리는 일정이 너무 빠듯해서 베르사유 궁전은 꿈도 못꿨는데 이번에는 꼭 가보리라 다짐해서
한국에서 소쿠리패스 야무지게 결제해서 베르사유를 드디어 입성했다
다른 날은 몰라도 베르사유 가는 날은 아주 아침 일찍 부터 서둘러서 부랴부랴 가도
30분 넘게는 줄서는 게 기본이라고 다들 그랬는데도
페니 집에서 여유부리다가 조금 늦게 나섰다 그래서 줄이 어마무시한 광경을 보게됬지...
소쿠리패스면 바로바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다들 소쿠리 패스 한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주구장창 기다리고 있길래 아무말 없이 줄에 합류...
한국분들 진짜 진짜 많으셨다 중국인들도 많구 일본인들도 많구 스페인 사람도 많구
40분 정도 서서 기다리다가 뒤쪽 스페인 아저씨들이랑 말도 안되는 대화도 나누다가
드디어 베르사유 입성

무엇보다 조명이 너무 이뻐서 목빠지는 줄 알았다

다들 찰칵찰각 하고 계셔서 사람 없이 찍기가 하늘의 별따기

화려하기 짝이 없는 방들에 정신이 오락가락
그래서 예상보다 빨리 구경하고 후다닥 나와버렸다

베르사유를 끝내고 버스를 타고 다시 지하철을 타서 몽마르뜨로 갔다
몽마르뜨 가는 길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파리 자체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멘붕이 와서 순간 길을 잃어버렸다
근데 정말정말 친절하신 필리핀 아주머니가 자기가 파리에 산다며
어디서 왔냐구 물으시길래 코리아 라고 하니까 좋아하시면서
자기가 몽마르뜨역 까지 길을 안내해주신다고 하셨다
이건 100퍼센트 소매치기다 라고 의심하면서도 가방 꼭 부여잡고 아줌마가 안내해주는 길로 동행했는데
왠열....그냥 정말 순수하고 착하신 아줌마였다는...
너무 미안해져서 땡큐만 10번 넘게 한 거 같다
덕분에 몽마르뜨 쉽게 도착!

역시나 몽마르뜨에도 사람들 바글바글
저번엔 몰랐는데 이번에 발견한거지만
몽마르뜨 올라가기전 몽마르뜨 언덕을 정면으로 본 상태에서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하겐다즈 가게가 있는데
거기 아이스크림이 정말 진짜 대박으로 맛있다...
인생 아이스크림이라고 말할 수 있을정도로 정말로 맛있었음
파리 하면 제일 먼저 생각 나는게 이제 그 아이스크림...
녹는게 너무 싫어서 눈물날 지경 (너무 맛있어서 감탄하느라 아이스크림 사진없음...)

날씨가 너무 좋아서 행복했던 날!

사람없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날!

뒷골목으로 내려오니까 그래도 한산하게 딱 좋았다

초상화 그리시는 분이 일본인 인줄 알고 자꾸 일본어로 말거시면서 초상화 그리라고..

이번에 또 느낀 거지만 몽마르뜨는 그 언덕 보다도 뒷골목 요기조기가 참 좋아

이런 조용한 골목 카페에 앉아 있으면 생각나지 않던 글들도 마구마구 1시간 안에 써버릴 수도 있을 거 같았는데
막상 앉아보니 사람구경 풍경구경하기 바빠서 수첩 조차도 꺼내지 못한듯..

쭉쭉 내려오다 보니 한적했던 골목에서 갑자기 또 사람들이 우글우글 하길래 가보니
전세계 언어로 적혀있는 인스타에서 많이 봤던 그 곳이 나왔다
어렵사리 우리말을 찾아서 찍으려고 했는데
이미 찍으시려고 다들 대기 중이셔서 그냥 뒷걸음질로 나옴..

날이 좋아서 사진이 참 이뻤던 날
여전히 집에 올때는 폴카페 브라우니로 마무리를 했던 날

생각해보면 매 순간순간이 행복했는데 왜 그렇게 불안해하고
있는 그대로를 즐기지 못했을 까 후회
작은 일상속에서도 버스를 놓치면 아 조금만 더 일찍 준비할걸
저녁을 떡볶이를 먹다가도 아 쫄면 먹을걸 이러면서 후회를 반복하는 거 같다
후회를 좀 더 줄이려고 애쓰면서 살아야지 라고 오늘도 다짐한다
오늘은 누구를 좀 덜 미워해야지
오늘은 누구를 좀 덜 그리워해야지
오늘은 좀 더 많이 웃어야지
오늘은 좀 더 친절해야지
후회보다 다짐이 더 많아야지
덧글
마레에 있는.
Robert et Louis 가셔요. 후회하지 않을 맛.
블로그 사진들도 너무 이쁘네여!!